쇼킹 핑크

데이지 펠로우즈(Daisy Fellowes). 그녀는 재봉틀 발명가인 아이작 싱어(Issac Singer)의 손녀이며, 1920년대에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사교계 명사였다.  1920~1930년대에 대서양을 넘나들며 영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악녀의 명성을 누렸다고 한다. 그녀의 많은 악행 가운데 하나는 쇼핑이었으니, 카르티에에서 사들인 물건은 말 많고 탈 많은 분홍색을 세상에 널리 알렸다. '테테 드 벨리에드(숫양의 대가리)'라는, 밝은 분홍색의 17.47캐럿짜리 다이아몬드였다. 한때 러시아 왕자의 소유물이었던 이 다이아몬드를 펠로우즈는 가장 좋아하는 디자이너이자 독창적이고 비현실적인 여성복 디자이너인 엘사 스키아파렐리와 만날 때 착용했다. 그녀는 다이아몬드에서 받은 영감을 향수의 포장에 담아 1937년에 첫 출시했다. 초현실주의 화가 레오노르 피니가 여배우 메이웨스트의 육감적인 상반신을 형상화하여 디자인한 향수병을 눈에 확 띄는 진한 분홍색 상자에 담았다. 상품명은 당연하게도 '쇼킹'이었다. 이 색은 스키아파렐리에게 일종의 시금석으로 자리잡아, 이후 컬렉션에 등장했고 심지어 인테리어 장식에도 쓰였다. 

세월이 흘러도 색의 매력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1953년 의상 디자이너인 윌리엄 트라빌라는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 촬영장으로 호출되었다. 트라빌라는 몸을 많이 가리는 드레스를 만들었는데, 뒤에 나비 모양 리본이 달린, 아주 유명한 분홍색 드레스였다. 먼로는 그 드레스를 입고 '다이아몬드는 여자의 가장 좋은 친구'를 불러 할리우드의 붙박이로 자리 잡았다. 당시 단호하다 할 만큼 우아한 데이지 펠로우즈가 63세의 나이에 노래 가사에 진심으로 동의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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