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제품들이 상위권을 휩쓸던 중국 최대 쇼핑 축제인 광군제는 더 이상 한국 화장품들에게 '대목'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열린 광군제 행사에서 전자상거래 업체 티몰·타오바오 등 알리바바 플랫폼이 집계한 중국 기초 화장품 분야 매출에서 현지 토종 화장품 브랜드 '프로야'가 20억5100만 위안(약 3784억원)의 누적 매출을 거둬 1위를 차지했다. 매출 상위 10위권에 든 로레알, 랑콤, 에스티로더 등 글로벌 유명 브랜드 매출을 크게 앞섰다.
반면 우리나라 대표 수출 화장품 업체인 LG생활건강의 '후'나 아모레퍼시픽 '설화수'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주요 순위권에 들지 못했다. 매출이 크게 줄어 광군제 실적도 선뜻 공개하지 못할 정도였다.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의 부진이 이어지자 실적에도 빨간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현지 전문가은 K뷰티가 ‘초심을 잃고 변화에 뒤처졌다고 분석한다.
중국 광저우에서 13년째 화장품 관련 유통업체 주재원 생활을 하고 있는 박모 씨(52)는 “현재 중국 온라인 유통 플랫폼 중 20~30대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가장 활성화된 곳이 더우인(중국판 틱톡), 샤오홍슈(중국판 인스타그램), 비리비리(중국판 유튜브) 등인데 이들 플랫폼에서 제품을 팔거나 홍보하는 한국 화장품 브랜드 수가 현저히 적다”며 “현지 시장 트렌드를 잘 파악하지 못하니 화장품 주 소비층인 젊은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노출하거나 홍보하는 역량이 떨어지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프랑스, 일본 등 경쟁국 고급 브랜드의 중국 시장 내 약진도 한국 화장품 입지 축소의 원인으로 꼽힌다. 중국의 화장품 시장은 고가와 저가 시장으로 양분되어 있다. 고가 시장은 로레알·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그룹의 유럽 브랜드와 북미·일본의 브랜드가 80% 이상을 차지하는 과점적 경쟁 양상을 보인다. 한국 화장품은 중저가 시장에서 중국 토종 업체 약 1476만 개(2022년 기준·중상정보망 조사)와 경쟁을 벌이는 구도.
업계 관계자는 “중국 화장품은 싸구려, 짝퉁이라는 인식으로 경쟁자로 여기지 않던 사이에 한국 화장품 위치가 애매해졌다”며 “이제 상류층은 설화수보다 로레알이나 에스티로더, 입생로랑을 찾고 중산층 이하는 가격이 저렴한 중국산을 산다”고 귀띔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화장품의 부진이 예견됐던 결과라고 말한다. K뷰티가 전성기를 누리던 코로나 직전에도 기술력을 갖춘 C뷰티 제품들이 K뷰티 자리를 위협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한국인 연구원 비중을 높이고 중국에 위치한 한국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제조자개발생산(ODM) 현지 법인 공장에 자국 브랜드 제품 생산을 위탁하는 식으로 운영했다. 최근 들어 인기가 높은 중국 브랜드 제품 대부분은 한국콜마, 코스맥스, 코스메카코리아 등 국내 대표 화장품 제조사를 통해 만들어진다. 이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을 갖췄다는 평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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