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wing posts with label V.영단어 속 문화. Show all posts
Showing posts with label V.영단어 속 문화. Show all posts

prison

알카트라즈 형무소는 1934년에 문을 열어 1963년에 폐쇄될 때까지 죄수가 탈옥을 시도했던 건 14차례였지만 샌프란시스코 내륙까지 살아서 나간 죄수는 한 명도 없다고 알려져 있을 만큼 악명 높았던 곳이었으며, 알 카포네 같은 거물급 마피아 죄수들도 수감했던 곳이다. 영화 <더 록 The Rock>를 통해 더 널리 알려지게 된 그곳. 

국가를 위해 목숨을 걸고 적지에서 싸워온 군인들을 국가가 무책임하게 대우한 것에 대해 불만을 품은 퇴역장군과 대원들이 국가에 1억 달러를 요구하면서 만약에 요구 조건이 관철되지 않으면 미식축구 경기가 한창인 샌프란시스코 스타디움을 미사일로 폭파시키겠다는 협박전화를 건다. 그리고...


"Patriotism is the virtue of the vicious," 
according to Oscar Wilde.
오스카 와일드가 말하길 "애국심은 악인의 미덕이다."

교도소를 뜻하는 prison은 체포행위를 뜻하는 라틴어 prehensio에서 파생한 단어이다. prison은 특정 감옥이 아니면 the와 함께 쓰지 않는다. 그가 투옥됐으면 He was sent to prison, 그가 10년간 복역했으면 He spent ten years in prison이지만 그가 교도소 건너편에 살면 He lives opposite the prison처럼 정관사가 붙는다. 

wine

게가 옆으로만 걸어가는 것처럼 일방통행 인생을 살아온 두 주인공. 잭은 연극계에서 찬밥신세가 된 처지이지만 결혼식을 일주일 앞두고 있기에 들떠있고, 교사인 마일즈는 어렵사리 완성한 시나리오가 찬밥 취급 당하자 의욕상실에 빠져있다. 일주일 동안 포도주 농장을 돌면서 인생의 쓴맛, 단맛만큼이나 다양한 포도주를 음미하고 품평하면서 자신들의 삶을 진지하게 돌아보고 자기 자신의 참모습을 찾으려고 하지만, 자꾸만 옆길로 새기 시작하다 급기야 생각지 못한 위기상황에 놓이게 된다(be in crisis) ('사이드웨이(Sideways)(2005)' 골든 글로브 작품상). 

주인공의 한마디.

I'm a thumbprint on the window of a scraper.
난 마천루 유리창에 묻은 지문 자국처럼 하찮은 존재야.
(와인과 함께할 때는 빼고)



Wine testing 
와인의 맛(favor), 입안의 느낌(mouthfeel), 향(aroma) 그리고 색을 평가하는 것이다.

Vintage 빈티지
와인이 사용된 포도의 특정 수확연도(single specified year)를 의미하며 와인의 품질을 상징한다.

Decanting 디캔팅
decant는 액체, 특히 와인을 한 용기에서 다른 용기로 옮긴다는 뜻이다. 와인의 떫은 맛을 줄이기 위해 decanter라는 유리 용기에 넣고 흔드는 것을 decanting이라고 한다. 병 속의 침전물을 걸러내는 효과도 있다.

Tannin 타닌
와인의 떫은 맛을 의미한다. 입안에서 느껴지는 타닌의 양이 많게 느껴지면 맛이 '풍부하다'고 하고, 타닌의 양이 많으면서 무게감 있는 힘이 느껴지면 맛이 '묵직하다'고 한다.

Body 바디
와인의 중량감을 말하며, 와인의 농도와 깊이를 의미한다. 알코올 함량이 높고 질감이 무거우면 full body라고 한다. 

Dry 드라이
와인에서 단맛이 거의 나지 않는다는 걸 뜻한다.

Finish 피니시
와인을 마신 뒤 입안에 남는 여운을 뜻한다. 

Black

발다사레 카스틸리오네는 '궁정론'에서 '검정은 의복에 어느 색보다 더 잘 어울린다'고 썼고, 서양은 이에 동의했다. 검정색이 가장 패션에 잘 어울리는 색으로 떠오른 데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실용적인 이유다. 1360년경에 지저분한 회갈색이 아닌, 진짜 검정색을 날염하는 법이 발견되었다. 두 번째는 흑사병으로 인한 정신적인 충격이었다. 유럽의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었으니 궁핍함과 더불어 집단적인 참회 및 애도를 위해 검정색을 입었다. 네덜란드 부르고뉴의 공작이었던 선공 필립은 1419년에 암살당한 아버지 장 1세를 기리기 위해 검정색 외의 옷을 거의 입지 않았다. 세 번째 이유는 사회 계층에 의복을 반영해 법을 성문화하려는 시도였다. 부유한 상인은 스칼렛처럼 부자들의 색을 입을 수 없는 반면 검정색은 입을 수 있었다. 이런 강박은 1810년대까지 지속되었다. 각 가문의 재고 목록에 의하면 1700년경에는 귀족 의복의 33퍼센트, 관료 의복의 44퍼센트가 검정색이었다. 평민에게도 인기가 많아 의복의 29퍼센트가 검정색이었다. 

흔했지만 검정색은 생생하고도 도전적인 현대성을 지켜왔다. 인류 최초의 순수 추상화라 여겨지는 카지미르 말레비치의 '검정 사각형'을 살펴보자. 이해하긴 어렵지만 말레비치에게 '검정 사각형'은 어떤 의도의 선언이었다. 그는 '예술을 현실세계의 하중으로부터 자유롭게 만들어 정사각형이라는 안식처를 제공'하기를 절실하게 원했다. 이는 혁명적인 발상의 표현을 위해서는 혁명적인 색이 필요함을 보여줬다. 바로 검정색 말이다. 

차브족의 버버리


영국의 언론과 미디어에서 정의하는 '차브(Chavs)'는 대체로 더러운 공영주택에 살면서 정부의 복지예산이나 축내는 소비적인 하층계급과 그들의 폭력적인 자녀들을 뜻한다. 즉, 혐오스런 ‘식객’ 이미지를 가진 영국 하층계급의 문화적 아이콘이라고 볼 수 있다. 

아마 차브 혐오의 가장 극단적인 사례는 리얼리티 TV쇼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빅 브라더」에 출연한 제이드 구디는 시청자와 평론가들로부터 하류계층의 더러운 돼지 취급을 받다가 급기야 암 선고를 받았는데 일부 언론은 그녀가 죽기 직전까지 인기를 위해 암환자인 척한다는 등의 모함과 비방을 멈추지 않았다. 

the straight and narrow

어떤 사람들은 성경이 계시된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하느님이 영어를 하셨다는 이야기가 된다. 심지어 미국의 어떤 단체는 킹 제임스 성경이 하나님이 인간에게 계시하여 준 것이라고 믿어서 매년 한 차례 다른 성경들을 쌓아놓고 불태우는 행사를 성대하게 벌이기도 한다.

킹 제임스 성경이 그보다 100년 전에 나온 마일스 커버데일의 성경에 비해 훨씬 더 정확했던 것은 틀림없다. 마일스 커버데일은 원칙적으로 성경은 영어로 번역되어야 한다고 믿었던 초기 개신교도였다. 그런데 아무도 그 일을 하지 않으니 본인이 직접 나서기로 했다. 라틴어도 그리스어도 히브리어도 아는 게 없었지만 그런 사소한 문제 따위는 무시하고 용감히 나섰다. 

그래도 독일어는 조금 알았고, 마침 개신교를 창설한 독일에서는 이미 성서의 독일어 번역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커버데일은 작업에 매진해 시편을 번역해냈고, 오늘날까지도 영국 성공회에서는 그 역본을 예배에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커버데일 역본은 미려하지만 정확성이 크게 떨어진다. 예컨대 이런 구절이 실려 있다.

The strange children shall fail, and be afraid out of their prisons.
이상한 아이들이 망하여, 감옥 밖에 나와 두려워하리로다. 

아름다우면서도 묘한 글귀이다. '이상한 아이들'이란 과연 누구일까? 왜 이상한 걸까? 그리고 왜 감옥에 있었을까? 그 답은 다음의 올바른 번역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The foreign-born shall obey, and come trembling from their strongholds.
이국 백성들이 복종하여, 벌벌 떨며 요새에서 기어 나오리로다.

하지만 커버데일의 오역 중 최고로 꼽을 만한 것은, 시편 105편에서 요셉의 목이 쇠사슬에 매이는 장면을 묘사한 부분이다(his neck was put in iron). 문제는 히브리어에서 '목'과 '영혼'을 뜻하는 단어가 똑같다는 것이다. nefesh라는 단어는 대개 목이나 목구멍을 뜻하지만, 우리가 목구멍으로 숨을 쉬기에 '숨'을 뜻하기도 하고, 생명의 숨이 곧 영혼이므로 '영혼'을 뜻하기도 한다. 같은 이치로 spirit(영)과 respiration(호흡)도 같은 라틴어에서 유래했다.

커버데일이 그 문장에서 그 점만 착각했다면 "His soul was put in iron" 정도로 끝났을테지만, 커버데일은 두 번째에는 주어와 목적어도 뒤바꿔 해석하여 기상천외한 문장을 만들어놓았다. 그 결과는 "The iron entered into his soul"이었다.

그래도 그 구절은 별문제가 되지 않았다. 히브리어 원문과는 동떨어진 뜻이었어도, 워낙 심상이 강렬했기에 반응이 좋았다. 오역이건 아니건 상관없었다. 귀에 듣기 좋았으니까. 

그런가 하면 제대로 번역된 성경 구절이 영어 독자들의 오해를 사기도 한다. 오늘날은 strait라고 하면 보통 'Straits of Gibraltar(지브롤터 해협)' 같은 해협을 가리킨다. 하지만 strait는 '좁은, 꽉 끼는'을 뜻하는 형용사였음을 알 수 있다. 비유적으로 '꽉 막힌 사람'은 strait-laced라고 한다. 또 좁아서 지나가기 힘든 문은 strait gate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좁은 문은 '천국으로 가는 문'일터. 

Because strait is the gate, and narrow is the way,
which leadeth unto life, and few there be that find it.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길이 협착하여 찾는 이가 적음이라.

'올바른 길, 정도'라는 뜻을 가진 표현 'the straight and narrow'가 사실은 'the strait and narrow'의 잘못이라고 하는 건 그래서이다. 

California

1510년 가르시 로드리게스 데 몬탈보라는 스페인 사람이 처음으로 캘리포니아를 문헌에 묘사했다. 그가 캘리포니아를 그렇게 자신 있게 묘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캘리포니아가 철저히 상상의 산물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쓴 책 '에스플란디안의 모험(Las Sergas de Esplandian)'에는 잃어버린 에덴동산(참고로, 에덴동산은 완벽한 공간이기 때문에 노아의 홍수 때 파괴되지 않고 사람의 발길이 닿을 수 없는 머나먼 곳으로 쓸려간 것으로 되어 있다)에서 가깝다고 하는 기이한 섬 이야기가 나온다. 

"인도 제도 오른편으로 지상 낙원의 한쪽 언저리와 매우 가까운 곳에 캘리포니아라는 섬이 있는데, 그곳에는 흑인 여자들이 남자 없이 아마존식으로 살고 있었다. 여자들은 아름답고 튼튼한 몸을 지녔으며 용맹하고 매우 굳세었다. 섬은 절벽과 바위투성이 해안에 둘러싸여 견고함이 세상 어느 곳과도 비할 수 없었다. 그들이 쓰는 무기는 황금으로 되어 있고 그들이 평소 길들여 타고 다니는 짐승들에 씌운 굴레도 황금이었으니, 이는 섬에 황금 이외의 쇠붙이가 없기 때문이다."

몬탈보의 소설 속 섬 이름이 California였던 이유는 섬을 다스리는 아름다운 여왕의 이름이 Calafia였기 때문이다. '에스플란디안의 모험'에서 Calafia는 콘스탄티노폴리스 공방전 때 이슬람 군대와 함께 기독교 군대와 맞서 싸워달라는 요청을 수락하여, 용맹하고 매력적인 여군 부대와 잘 훈련된 그리핀(사자의 몸에 독수리의 머리와 날개가 달린 상상의 동물)들을 이끌고 참전한다. 그러나 Calafia는 에스플란디안과 사랑에 빠지고, 전쟁에서 패배하여 포로로 잡힌 후 기독교로 개종한다. 그 후 스페인 남편과 그리핀들을 데리고 캘리포니아 섬으로 돌아온다. 

그 여왕의 이름을 Calafia로 붙인 이유는 여왕이 이슬람군 편에서 싸웠으므로 이슬람 세계의 지도자 칭호인 Caliph(칼리파)를 연상시키는 이름 또는 그와 닮은 이름을 붙인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캘리포니아는 어원적으로 볼 때 오늘날 마지막으로 존속하고 있는 Caliphate(칼리파 국가)인 셈이다. Caliphate는 모든 이슬람 국가를 아루르는 개념인데, 실질적으로 존재하기도 하고 명목상으로만 존재하기도 하다가 1024년 터키 공화국에 의해 폐지되었다. 하지만 사실 Caliphate는 사라지지 않고 지금도 굳건히 존속하고 있으며, 그곳은 바로 미국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주이다. 

(Clint Eastwood's Pebble Beach Estate in California👇)

wool

생각과 달리 양털은 영어 단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휴대전화로 주고받는 '문자 메시지'나 지금 독자 여러분이 읽고 있는 '책'이나 성서의 '짧은 구절'이나 일반적인 '글'을 다 text라고 한다. 그 text는 사실 양털로 짠 것이다. 

그 기원은 로마의 웅변가 퀸틸리아누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퀸틸리아누스는 '웅변교육론 Institutio Oratorico'이라는 총 12권에 달하는 방대한 교과서를 썼는데, 수사학의 모든 것을 망라한 책이었다. 거기에 우리의 관심을 끄는 문장이 두 줄 나온다. 퀸틸리아누스는 단어를 고른 다음에는 그것을 직물로 짜내어(in textu iungantur) 섬세하고 매끄러운 짜임새(textum tenue atque rasum)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했다. 여기서 '직물' 또는 '짜임새'를 뜻하는 라틴어 textus가 text(글), texture, textile(직물)의 기원이 되었다.  

현대 영어에서도 이런 식의 비유는 낯설지 않다. 'weave a story(이야기를 짜낸다)'라고 하고, 이야기를 재미있게 꾸민다는 뜻으로 'embroider a story(이야기를 수놓는다)'라고 하고 'thread of a story(이야기의 가닥)'라고 한다. 

또 burlesque(해학촌극)은 '하찮은 짓, 허튼소리'를 뜻하는 burra에서 왔고, 그 말은 원래 '양털 뭉치'를 뜻했다. 옛날엔 모직 천을 책상에 깔아 썼으므로 burra에서 bureau(책상, 사무소)가 나왔고, 이어서 bureaucracy(관료제)가 나왔다.  


shit

shit이 SHIT이라는 두문자어(acronym: 머리글자를 따서 만든 말)에서 왔다는 이야기가 있다.

두엄(manure: 가축의 배설물을 썩힌 거름)에서는 메탄가스가 나온다. 그 이유로 두엄을 배에 실어 보낼 때는 화물 제일 꼭대기에 실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화물칸에 메탄가스가 쌓여서 폭발할 위험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배에 실을 두엄 자루에는 Store High In Transit, 그러니까 '운송 중 높은 곳에 적재하시오'라는 글자를 찍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약자로 S.H.I.T.라고 적게 되었고, 거기에서 shit이란 말이 나왔다는 이야기다. 

누가 생각해냈는지 참 기발한 이야기이긴 한데 안타깝게도 구린 거짓말이다. shit의 어원은 기원전 4000년경 원시 인도유럽어 skhei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뜻은 '가르다, 떼다'였다. 아마 대변은 몸에서 '떼어내는' 것이라는 발상이었던 듯하다. 

그런데 묘하게도 원시 인도유럽어를 쓰는 사람들이 이탈리아 반도에 가서는 skhei를 '가르다, 구별하다'라는 뜻으로 쓰기 시작했다. 구별할 수 있으면 곧 '아는' 것. 그래서 라틴어에서 '알다'는 scire가 되었다. 거기서 '앎'을 뜻하는 라틴어 scientia가 나왔고, 그 말이 영어의 science가 되었다. 다시 말해 어원적으로 science는 곧 shit이다. '알 만큼 안다'고 할 때 'I know my shit'이라고 하는데, 어원적으로 보면 '과학을 안다'는 얘기니 말이 된다. 

crap


crap이란 말이 수세식 변기를 발명한 Thomas Crapper의 이름에서 유래했다는 속설이 있다. 맞는 말일까? 영국이냐 미국이냐에 따라 다르다. 

일단 Thomas Crapper(1836~1910)는 수세식 변기를 발명한 사람은 아니다. 수세식 변기를 최초로 발명한 사람은 엘리자베스 시대의 시인 존 해링턴 경이었다. 해링턴 경은 직접 발명한 수세식 변기를 자신의 저택에 설치해 놓았는데, 엘리자베스 여왕까지 와서 친히 사용했다고 한다. 해링턴 경은 어찌나 뿌듯했던지 그것에 관한 책까지 써냈는데, 제목이 '구린 주제에 관한 새로운 담론: 변소의 변신 A New Discourse Upon a Stale Subject: The Metamorphosis of Ajax'이었다. Ajax('에이잭스')란 당시 'a jakes'를 익살스럽게 이르는 말이었다. jakes는 '변소, 변기'를 뜻하는 속어였다. 그 시절 영국 사람들의 배변 문화를 음미해볼 수 있는 책이다.

미국에서는 '화장실에 간다'고 할 때 go to the john이라는 말을 잘 쓰는데, 이 말이 바로 존 해링턴의 이름에서 유래했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건 아닌 듯하다. john을 화장실의 의미로 쓴 기록은 해링턴 사후 100년도 더 되어서야 처음 등장한다. 그렇지만 앞에 말한 jakes가 변형되어 john이 되었을 가능성은 있다. 그것도 아니면, 영국에서나 미국에서나 냄새가 고약한 곳에는 남자아이 이름을 붙이는 게 제격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해링턴의 발명품은 인기를 끌지 못했다. 상수도와 하수도가 없던 시절에 수세식 변기란 대중에 보급될 만한 물건이 아니었으니까. 전기가 안 들어오면 전등이 무슨 소용이고, 하얀 눈이 없으면 스키가 무슨 소용이겠는가. 상수도와 하수도는 19세기 중엽에야 영국에 도입되었고, 1852년 에드워드 제닝스가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수세식 변기 비슷한 장치에 대한 특허를 얻었다.

그럼 Thomas Crapper는 도대체 누구일까? 그는 1836년 요크셔에서 태어났다. 제닝스가 특허를 획득한 이듬해인 1853년, Crapper는 런던에 상경해 배관공이 되려고 도제 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1850년대 하수도 설비가 보급되면서 누구나 부끄럽고 구린 배출물을 물로 씻어내릴 수 있게 되었고, 변기는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Crapper는 Thomas Crapper&Co.라는 회사를 차리고 자체 제품을 개발했다. 부자(뜨개) 장치를 발명해 물이 자동으로 알맞게 채워지게 했고, 물을 내린 후 오수가 역류하지 않게 막아주는 장치를 추가로 달았다. 그야말로 배관 기술의 정점이라 할 만한 탁월한 변기였다. Crapper의 수세식 변기는 왕세자인 웨일스 공의 저택에도, 웨스트민스터 사원에도 채택되었다.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가보면 지금도 맨홀 뚜껑에 Crapper라는 이름이 새겨진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crap이란 단어의 역사는 그보다 훨씬 길다. 1801년 J. 처칠이라는 사람이 쓴 시에 처음 등장한다. 시의 내용은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고 한다. 생리현상이 급했던 한 육군 중위에 관한 이야기이다. 부리나케 옥외 변소로 달려갔지만 이미 소령이 그곳을 차지하고 있었기에 중위는 기다려야 했습니다. 도저히 못 참을 지경인데 그때 대위가 나타나서 새치기하려 했다. 중위의 고통은 절정에 달했다. 그 대목에서 crap이란 단어가 나온다 (소변'을 뜻하는 number one이라는 표현도 여기서 최초로 등장한다). 이 아름다운 시는 Thomas Crapper가 태어나기 35년 전에 쓰였다. 그러니 crap이 Crapper의 이름에서 유래하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그럼 어떻게 된 걸까? 직업이 이름을 따라간다는 말이 있는데, 이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닌가 싶다. 하고 많은 이름 중에 하필이면 Crapper라는 이름으로 태어났는데 그럼 어쩌겠는가. 그쪽 일을 하라는 운명인가 하고 받아들일 수밖에.

하지만 미국 사람들은 Crapper라는 사람도, crap이란 단어도 그때까지 들어본 적이 없었다. 19세기 내내 미국 문헌에선 crap이란 단어가 전혀 등장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1917년 미국이 독일에 선전포고를 하고 280만 병력을 유럽에 파병했을때, 거기서 미군들이 화장실 변기마다 쓰여 있는 Thomas Crapper&Co.를 못 보고지나쳤을 리가 없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나서야 crap, crapper(변기), crap around(허튼짓하다), crap about(헛소리하다) 같은 말들이 미국에서 등장하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영국 영어에서는 crap이 Crapper에서 유래하지 않았지만, 미국 영어에서는 그렇게 된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Crapper는 crap이란 말을 만들어내지는 않았지만 널리 퍼뜨리는 데 공을 세운 셈이다. 

MONEY

 


돈은 괴물이나 마찬가지이다. 적어도 어원적으로는 그렇다. 둘 다 라틴어 'monere('모네레')'에서 유래했기 때문이다. 

monere는 라틴어로 '경고하다'를 뜻했다. 지금도 premonition은 '사전 경고', 더 나아가 '불길한 예감'을 뜻한다. 고대 사람들은 무시무시한 짐승들이 곧 재앙의 전조라고 생각했다. 즉 황제가 서거하거나 전쟁에서 크게 지거나 하는 일이 있기 직전에는 켄타우로스니 그리핀이니 스핑크스니 하는 동물들이 어디에선가 갑자기 나타나 눈앞에 돌아다닌다고 믿었다. 그래서 그렇게 한 몸에 두 동물이 합쳐진 괴상한 생명체를 가리켜 '경고를 뜻하는 monstrum이라 불렀고, 이것이 오늘날 monster가 되었다. 

하지만 경고해줄 무언가가 필요한데 켄타우로스가 없다면 거위도 쓸 만하다. 오늘날에도 거위를 경비용으로 키울 정도로, 거위는 침입자를 발견하면 맹렬히 소리를 질러댈 뿐 아니라 성질도 꽤 사납다. 잘못해서 거위 성질을 건드렸다 하면 한바탕 크게 싸울 각오를 해야 한다. 로마인들은 카피톨리누스 언덕에서 거위를 경비용으로 키웠다. 그러다가 기원전 390년 갈리아인이 로마에 쳐들어왔을 때 거위 덕을 톡톡히 보았다고 한다. 탄복한 로마인들은 감사의 마음으로 신전을 지었다. 그런데 배은망덕하게 신전을 거위들에게 바칠 생각은 하지 않고 경고의 여신 Juno에게 바쳤다. 유노의 별칭은 Juno Moneta였다. 

유노 모네타 신전 바로 옆에는 로마의 화폐 주조소가 있었다. 아니면 신전의 일부 공간에서 화폐가 주조되었을 수도 있다. 확실한 건 아무도 모르고, 문헌에도 상당히 모호하게 표현되어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로마의 화폐 주조소가 신전의 이름에서 따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이름이 Moneta였는데, 오늘날 영어에서도 모음은 다 바뀌었지만 여전히 '조폐국'을 mint라고 한다. 로마의 Moneta에서 찍어낸 것은 역시 moneta였다. 그 단어는 프랑스에 건너가 t가 탈락되었고, 영어에 건너올 때는 이미 money가 되어 있었다. 

Sandwich

하와이에 처음 발을 디딘 유럽인은 제임스 쿡 선장이었다. 1778년에 도착해서 1779년 원주민들의 왕을 납치하려다가 실패하고 살해당했다고 한다. 쿡 선장은 tattoo와 taboo라는 단어를 영어에 처음 도입한 장본인이기도 했다. 둘 다 태평양의 섬들을 탐사하던 중 알게 된 관습이었다. 하지만 그가 도입하려던 지명 하나는 결국 사전에도 지도에도 실리지 못했다. 

유럽 탐험가들은 자기들이 발견한 땅에 이름 붙이기를 아주 좋아했다. 이미 그 땅을 먼저 발견해 그곳에서 살고있는 원주민들이 보기엔 상당히 오만불손한 버릇이었다. 쿡 선장도 하와이 원주민들이 자기들 섬을 오와이히라고 부른다는 사실을 기록까지 해놓았지만, 섬 이름을 바꾸기로 했다. 앞으로 앞길이 훤히 트이려면 잘 보여야 할 사람이 있었던 것(그런 고민을 하기보다는 왕을 납치하지 않는게 더 좋았겠지만). 그래서 항해를 후원해준 사람의 이름을 붙였는데, 그 후원자는 당시 영국의 해군 장관으로 있던 제4대 샌드위치 백작 존 몬터규 John Montagu, 4th Earl of Sandwich였다. 여기서 샌드위치는 작위의 명칭이다.

하지만 Sandwich라는 섬 이름은 오래가지 못했고, 쿡은 자기 후원자의 귀에 그 으림이 들어가기도 전에 죽었다. 샌드위치 백작은 사우스샌드위치 제도 South Sandwich Islands(남극 부근의 바위섬 몇 개로 이루어진 열도)와 몬터규섬 Montague Island(알래스카 부근의 무인도), 그리고 전 세계인이 즐기는 간식에 이름을 제공한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마지막 업적은 요리는커녕 빵칼 근처에도 가지 않고 이루어냈다. 

샌드위치 백작은 도박을 즐겼는데, 보통 즐긴 게 아니었다. 도박에 빠져서 돈을 엄청나게 쏟아붓고도 헤어나지 못했다. 얼마나 심했는지 당시 영국 기준으로도 좀 정상이 아니라고들 했다. 당시 영국인들의 도박벽은 유명했는데도 말이다. 샌드위치라는 간식 이름의 유래가 언급된 문헌은 1765년에 프랑스에서 나온 책이 유일한데, 영국 사람들의 못 말리는 도박 습관을 이야기하고 있다. 

영국인은 본래 사고가 심오하고
욕망이 격렬한 데다 좋아하는 것은
끝을 보고 마는 사람들로서, 도박에서도
과하기 짝이 없다. 부유한 귀족 몇 명이
도박으로 패가망신했다는 말이 들리고,
휴식도 건강도 아랑곳없이 온종일 도박에
몰두하는 사람이 많다. 한 국무장관은
도박 테이블에 24시간을 붙어 앉은 
채 도박에 어찌나 열중했는지 먹은 
것이라고는 구운 빵 두 쪽 사이에 고기
조각을 끼운 음식이 다였으며, 먹는
동안에도 도박은 한시도 끊지 않았다.
이 신종 음식은 내가 런던에 사는 동안
그 인기가 무척 높아졌으며, 발명한 그
장관의 이름으로 불렸다. 

그 장관의 이름은 언급되지 않았는데, 애당초 프랑스인이 프랑스어로 프랑스 독자를 대상으로 쓴 책이었으니 영어 단어의 어원을 설명할 필요까지는 없었을 것이다. 그 sandwich가 이제 프랑스에서도 모르는 사람이 없는 영어 단어가 되었다는 게 반전이라면 반전이다. 

다만 샌드위치 백작이 샌드위치를 '발명'했다는 속설은 사실이 아니다. 하인과 요리사가 만들어준 음식을 먹었을 뿐이다. 모르긴 해도 인류는 아마 농경을 시작했을 때부터 빵 두 쪽 사이에 뭔가를 끼워 먹었을 거다. 샌드위치 백작의 기여는 샌드위치를 근사한 음식으로 보이게 한 것이었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보잘것없는 간식에 귀족과 권력, 부와 여유 그리고 24시간 도박이라는 이미지를 붙여준 것이다. 

salad days

soldier(군인)라는 단어의 기원은 확실하진 않지만 아마도 소금과 관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고대 세계에서 소금은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귀했다. 로마인들에게 소금이란 희고 맛좋은 금이었다. 로마 병사들은 소금 살 돈을 특별히 받았는데 이를 salarium이라고 했고, 거기에서 영어의 salary(급여)가 유래했다. 어원으로 보면 '소금 삯'이다. 고마의 저술가 대플리니우스는 한술 더 떠 라틴어의 soldier에 해당하는 단어가 '소금을 주다'를 뜻하는 'sal dare'에서 파생되었다는 설을 주장했다. 그 설이 딱히 잘못되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대플리니우스는 약간 정신이 이상했으니 말을 좀 걸러서 듣는 편이 좋겠습니다. 

어쨌거나 소금은 군대의 전유물이 아니고 누구에게나 중요한 식재료이다. 소금이 들어가지 않는 음식이 거의 없고, 그래서 소금이 들어가는 음식 관련 단어도 엄청나게 많다. 로마에서는 소스에 꼭 소금을 쳤기에, 소스를 salsa라고 했다. 고대 프랑스에서는 거기서 철자 l을 빼고 sauce라고 했다. 로마에서는 '소금에 절인 고기'를 salsicus라고 했는데 고대 프랑스에서는 l을 빼고 saucisse라고 했고, 영국에서는 이를 받아 sausage라 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는 l를 빼지 않고 지금도 salami(살라미)를 만들어 먹는다. 그러다가 스페인에서는 야한(saucy) 춤을 개발해서 그것도 salsa(살사 춤)라고 했다. 

소금은 너무나 중요한 양념이어서 영국에서는 식탁에 소금을 이중으로 올려놓았다. 고대 프랑스에서는 '소금통'을 뜻하는 salier를 식탁에 올려놓았는데, 프랑스의 맛있는 요리 비결을 호시탐탐 노리는 영국 사람들인지라 슬쩍 훔쳐 왔다. 그런데 훔쳐 오고 나서는 그 어원을 금방 잊어먹고 철자도 까먹었다. 그래서 salier가 cellar(지하 저장고를 뜻하는 cellar와는 어원이 다르다)로 바뀌었다. 그렇게 되고 나니 cellar 안에 든 내용물을 확실히 해야 할 것 같아서 salt를 앞에 붙여 salt cellar라고 했다. 결국 '소금 소금통'이 되었다. 

한편 로마인들은 '소금에 절인 채소'를 먹였는데 이를 herba salata라고 했다. 영국에서는 이것을 줄여 salad로 만들었다. 셰익스피어는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에서 클레오파트라의 입을 빌려 이런 비유를 선보이기도 했다. 

My salad days,
When I was green in judgment...
판단이 미숙했던 나의 풋내기 시절...

salad days는 그 후 '풋내기 시절' 또는 '창창하던 시절'을 뜻하는 관용어가 되어, '평온했던 시절'을 뜻하는 'halcyon days'와 비슷하게 쓰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