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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을 먼저 배우는 서양 아이들과 관계를 먼저 배우는 동양 아이들

동서양에서 사물들을 분류하는 방법이 각각 다르다. 서양인들은 사물들 간의 유사성을 판단할 때 ‘범주’를 중요시하지만, 동양인들은 범주보다는 ‘관계’를 중요시한다.

위의 그림 3개를 보고 그중 2개를 하나로 묶는다면 무엇을 묶을지 생각해보라. 만일 당신이 서양인이라면 아마도 닭과 소를 묶을 것이다. 실제로 발달심리학자인 치우리앙황이 이와 같은 그림을 미국과 중국의 어린이들에게 보여주고 하나로 묶는 과제를 시켰을 때, 미국의 어린이들은 같은 분류 체계에 속하는 소와 닭을 하나로 묶는 경향을 보였다(to fit into the animal category). 그러나 중국의 어린이들은 '관계'에 근거한 방식을 선호했다(to group objects on the basis of relationships). 즉, 소와 풀을 하나로 묶었는데 그 이유는 '소가 풀을 먹기 때문이다'라는 관계적 이유 때문이었다. 

그러면 왜 동양인들은 사물을 조직화할 때 범주보다는 관계성에 더 주목할까? 고대 중국의 철학자들이 범주화에 그리 관심이 없었고 대신에 '부분-전체'라는 각도에서 세상을 이해하려 했다는 것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이러한 차이는 아이를 양육하는 방식에서의 문화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처럼 보인다. 즉, 동양의 어린이들은 관계에 주목하도록 양육되고 서양의 어린이들은 사물과 그것들의 범주에 주목하도록 양육된다. 

서양의 부모들은 아이에게 명사를 가르치는 일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어떤 사물을 가리키고 그것의 이름과 특성을 가르쳐주는 것을 부모의 사명으로까지 여긴다. 그러나 동양의 부모들은 사물의 이름을 가리치는 것을 그렇게까지 중요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발달심리학자인 앤 퍼널드와 히로미 모리카와는 생후 6개월, 12개월, 19개월 된 아이가 있는 미국의 가정과 일본의 가정을 각각 방문해서 아이의 어머니들에게 그들이 준비해 간 장난감(개, 돼지, 자동차, 트럭)을 건네주면서 아이와 놀아보게 했다. 미국 어머니들은 일본 어머니들에 비해 사물의 이름('돼지', '멍멍이')을 2배 정보 더 많이 언급한 반면에, 일본 어머니들은 미국 어머니들에 비해 사회적 관계에서 중요한 예절을 2배 더 언급했다. 미국 어머니들은 "이건 차란다. 차 보이지? 차 좋아해? 와, 바퀴가 아주 멋있지!(That's a car. See the car? You like it? It's got nice wheels.)"와 같은 대화를 시도하였지만, 일본 어머니들은 "자, 여기봐, 부룽 부룽! 자, 차를 너한테 줄게. 이제 다시 엄마에게 줘봐. 옳지, 잘했어!(Here! It's a vroom vroom. I give it to you. Now give this to me. Yes! Thank you.)"라는 식의 말들을 많이 했다. 이런 대화를 통하여, 미국의 어린이들은 세상을 '사물'로 이루어진 곳으로 배우고 일본의 어린이들은 세상을 '관계'로 이루어진 곳으로 배운다.   

시리얼 고르기

호주의 대형 슈퍼마켓 체인인 Woolworths의 시리얼 코너의 일부이다. 
여기서 질문. "What will you have?"
?

"Tell me about yourself"라는 요구는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지극히 상식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자기 개념(self-concept)을 묻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문화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미국과 캐나다인들은 주로 성격 형용사(friendly, hard-working)를 사용하거나, 자신의 행동(I go camping a lot)을 서술한다. 이에 반해, 중국, 일본, 그리고 한국 사람들은 주로 자신이 속해 있는 사회적 맥락을 동원하여 대답하고, 또한 자신의 사회적 역할(I work for a company that makes smartphones)에 대해 많이 언급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일본인들은 맥락을 제시해주지 않은 채로 자신을 기술하게 하면 어려워하지만, 친구들과 있을 때나 직장에서와 같은 특정한 맥락을 제시해주고 그 상황에서 자신을 기술하게 하면 아주 능숙하게 해낸다. 그러나 미국인들의 경우 이와 정반대의 패턴을 보였다.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자신을 기술할 때 '다른 사람'을 언급하는 정도가, 일본인이 미국인보다 2배나 높았다고 한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라는 동양의 격언은, 동양 문화에서 개인의 개성이 자유롭게 표현되기보다는 억압되어왔음을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동양 사람들은 서양 사람들에 비해 개인의 성공을 덜 중시하며, 그보다는 집단 전체의 목표 달성이나 화목한 인간 관계를 더 중시한다. 개인의 독특한 개성을 무조건적으로 환영하지도 않는다. 동양인들에게 있어 개인의 만족감은 자신이 집단 성원들의 기대에 부응하며 그들과 화목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자각에서 비롯된다. 

동양적 사고에서 바라본 개인은, 항상 어떤 구체적인 맥락 속에 있는 존재이다. 구체적인 어떤 사람과 구체적인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 존재인 것이다. 따라서 사회적 상황에서 인간을 분리시켜 그의 행위나 속성을 추상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동양의 사고 방식에서는 매우 낯선 일일 수밖에 없다. 

동양과 서양의 자기 개념(self-concept)의 차이는 자신을 얼마나 독특한 존재로 보는가 하는 문제에서도 발견된다. 연구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자신의 독특성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동양인들은 그러한 착각을 좀처럼 하지 않는다. 사회심리학자인 김희정과 헤이즐 마커스는 사람들에게 여러 대상의 그림을 보여주고 그중 한 사물을 선택하게 하는 연구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 미국인들은 가장 희귀한 것을 고르고 한국인들은 가장 보편적인 것을 골랐다고 한다. 같은 연구에서 볼펜들을 선물로 주면서 고르게 했더니 미국인들은 가장 희귀한 색의 볼펜을 고르고 한국인들은 가장 흔한 색의 볼펜을 골랐다. 미국인들은 항상 남의 눈에 띄고 싶어하나 한국인들은 늘 남들 정도만 되고 싶어하는 것이다. 

그러면 다시 질문. "What will you have?"

생각의 지도: 여럿이 있으면 안전하다(There's safety in numbers)

이 격언은 원래 서양에서 유래한 것이지만, 서양 사람보다는 동양 사람들의 심리를 더 잘 대변하는 것 같다. 사회심리학자인 스스무 야마구치와 그 동료들은 그 사실을 증명해 보였다. 그들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쓴 음료를 마시는 것과 같은 불쾌한 경험이 과제 수행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있다며, 이 연구에는 불쾌한 경험을 하는 조건과 그렇지 않은 통제 조건이 있으며 각 참가자가 어느 조건에 배정될지는 제비뽑기로 결정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그리고 그 제비뽑기는 '단독' 조건과 '집단' 조건으로 실시될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단독' 조건의 참가자들은 각 사람이 총 4개의 제비를 뽑을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집단' 조건의 참가자들은 4명이 집단을 이루어서 각 사람이 한 번씩 제비를 뽑게 된다고 믿었다. 연구자들은 두 조건 모두 4장의 제비에 적힌 숫자를 합하여 누가 혹은 어떤 집단이 쓴 음료를 마시게 될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 다음 참가자들에게 자신이 쓴 음료를 마시게 될 가능성에 대해 물었다. 그 결과, 일본인 참가자들은 '집단' 조건에서 자신의 불운의 가능성을 더 낮게 판단했으나, 미국인 참가자들은 정반대의 패턴을 보였다. 즉, '단독'으로 제비를 뽑을 때 쓴 음료를 마실 가능성이 더 낮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분명 동양인들은 여럿이 있을 때 편안해 하는 듯하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미국 작가의 일침

'생각의 지도': 사물의 본질을 중시하는 그리스의 철학

고대 그리스의 체계에서는 모든 형용사 뒤에 영어의 'ness'에 해당하는 접미어를 붙여 명사화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white'는 'whiteness'로, 'kind'는 'kindness'로 명사화되었다. 그리스의 철학자들이 습관적으로 행한 작업 중 하나는 사물의 속성을 분석하고, 그 추상화된 속성에 의거하여 사물을 범주화하는 것이었다. 그런 후에 각 범주를 지배하는 규칙들에 근거하여 그 범주에 속하는 사물들의 특징과, 그 사물들의 행위와 원인을 설명하고자 했다. 혜성을 예로 들어보자. 그리스인들은 혜성의 다양한 속성들을 파악하고 그 속성에 따라 혜성을 다양한 추상성의 수준에서 범주화했다. 즉, 특정한 '이 혜성(this comet)', '혜성의 일종(a comet)', 혹은 '천체(a heavenly body)', '움직이는 사물(a moving object)' 등과 같이 추상성의 정도가 다른 여러 수준에서 범주화하였다. 그리하여 각기 다른 수준의 범주를 지배하는 규칙에 근거하여 혜성의 운동을 설명하고자 했던 것이다.

이와 같은 특징은 '사물 자체'를 분석의 주의의 대상으로 삼는 그리스의 철학 정신에 기인한다. 그리스인들은 사람뿐만 아니라 물질 역시 서로 독립적이고 개별적인 실체로 간주했다. 그들은 사물 자체를 분석의 출발점으로 삼았기 때문에, 자연스레 다음과 같은 경향을 갖게 되었다. 1) 사물의 속성 자체에 주의를 기울이고, 2) 그 속성에 근거하여 범주화하고, 3) 그 범주들을 사용하여 어떤 규칙을 만들어, 4) 사물들의 움직임을 그 규칙으로 설명하고자 했다. 

'생각의 지도': 개인의 자율성을 중시했던 고대 그리스

The Greek sense of agency fueled a tradition of debate (개인의 자율성'을 중시하였던 고대 그리스 문화는 자연스레 논쟁의 문화를 꽃피웠다). Homer makes it clear that a man is defined almost as much by his ability to debate as by his prowess as a warrior. A commoner could challenge even a king and not only live to tell the tale, but occasionally away an audience to his side. Debates occurred in the marketplace, the political assembly, and even in military settings. Uniquely among ancient civilizations, great matters of state, as well as the most ordinary questions, were often decided by public, rhtorical combat rather than by authoritarian fiat. Tyrannies were not common in Greece and, when they arose, were frequently replaced by oligarchies or, beginning in the fifth century B.C., by democracies. The constitutions of some cities had mechanisms to prevent officials from becoming tyrants. For example, the city of Drerus on Crete prohibited a man from holding the office of kosmos (magistrate) until ten years had gone by since the last time he held the office. ......

a tradition of debate(논쟁의 문화)에서 탄생한 표현 중에 하나인 hear, hear(옳소! 옳소!). 이 말의 어원은 17세기 영국 의회에 있다. 하원과 상원 두 곳에서 누구든 연설하는 의원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남들이 연설자의 말을 못 듣게 하려고 큰 소리로 콧노래를 불렀다. 반대로, 연설하는 의원의 말에 동의하는 사람들은 다들 hear him, hear him이라고 소리쳤다. 콧노래 부르지 말고 귀를 기울여 들으라는 뜻. 훗날 이 말이 줄어들어 hear, hear가 되었고, 오늘날에도 연설자의 주장에 동의하는 '옳소!'라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 의회에서는 대체로 박수가 금지되어 있어서 박수 대신 이 말을 한다고도 한다. 

After a rousing speech in the British parliament, the members loudly shouted "hear, hear."
영국 의회의 격정적인 연설이 끝나자 의원들은 "옳소, 옳소!"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