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얼 고르기

호주의 대형 슈퍼마켓 체인인 Woolworths의 시리얼 코너의 일부이다. 
여기서 질문. "What will you have?"
?

"Tell me about yourself"라는 요구는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지극히 상식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자기 개념(self-concept)을 묻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문화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미국과 캐나다인들은 주로 성격 형용사(friendly, hard-working)를 사용하거나, 자신의 행동(I go camping a lot)을 서술한다. 이에 반해, 중국, 일본, 그리고 한국 사람들은 주로 자신이 속해 있는 사회적 맥락을 동원하여 대답하고, 또한 자신의 사회적 역할(I work for a company that makes smartphones)에 대해 많이 언급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일본인들은 맥락을 제시해주지 않은 채로 자신을 기술하게 하면 어려워하지만, 친구들과 있을 때나 직장에서와 같은 특정한 맥락을 제시해주고 그 상황에서 자신을 기술하게 하면 아주 능숙하게 해낸다. 그러나 미국인들의 경우 이와 정반대의 패턴을 보였다.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자신을 기술할 때 '다른 사람'을 언급하는 정도가, 일본인이 미국인보다 2배나 높았다고 한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라는 동양의 격언은, 동양 문화에서 개인의 개성이 자유롭게 표현되기보다는 억압되어왔음을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동양 사람들은 서양 사람들에 비해 개인의 성공을 덜 중시하며, 그보다는 집단 전체의 목표 달성이나 화목한 인간 관계를 더 중시한다. 개인의 독특한 개성을 무조건적으로 환영하지도 않는다. 동양인들에게 있어 개인의 만족감은 자신이 집단 성원들의 기대에 부응하며 그들과 화목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자각에서 비롯된다. 

동양적 사고에서 바라본 개인은, 항상 어떤 구체적인 맥락 속에 있는 존재이다. 구체적인 어떤 사람과 구체적인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 존재인 것이다. 따라서 사회적 상황에서 인간을 분리시켜 그의 행위나 속성을 추상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동양의 사고 방식에서는 매우 낯선 일일 수밖에 없다. 

동양과 서양의 자기 개념(self-concept)의 차이는 자신을 얼마나 독특한 존재로 보는가 하는 문제에서도 발견된다. 연구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자신의 독특성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동양인들은 그러한 착각을 좀처럼 하지 않는다. 사회심리학자인 김희정과 헤이즐 마커스는 사람들에게 여러 대상의 그림을 보여주고 그중 한 사물을 선택하게 하는 연구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 미국인들은 가장 희귀한 것을 고르고 한국인들은 가장 보편적인 것을 골랐다고 한다. 같은 연구에서 볼펜들을 선물로 주면서 고르게 했더니 미국인들은 가장 희귀한 색의 볼펜을 고르고 한국인들은 가장 흔한 색의 볼펜을 골랐다. 미국인들은 항상 남의 눈에 띄고 싶어하나 한국인들은 늘 남들 정도만 되고 싶어하는 것이다. 

그러면 다시 질문. "What will you h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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