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ol

생각과 달리 양털은 영어 단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휴대전화로 주고받는 '문자 메시지'나 지금 독자 여러분이 읽고 있는 '책'이나 성서의 '짧은 구절'이나 일반적인 '글'을 다 text라고 한다. 

그 기원은 로마의 웅변가 퀸틸리아누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퀸틸리아누스는 당대의 엄청난 달변가였다. 그래서 도미티아누스 황제는 후계자로 점찍은 조카 손자 두 명을 가르치는 가정교사로 그를 임명하기도 했다. 퀸틸리아누스가 황제의 두 조카 손자에게 무엇을 가르쳤는지는 모르지만, 얼마 후 황제는 그 둘을 유배 보내버린다. 

퀸틸리아누스는 '웅변교육론 Institutio Oratorico'이라는 총 12권에 달하는 방대한 교과서를 썼는데, 수사학의 모든 것을 망라한 책이었다. 거기에 우리의 관심을 끄는 문장이 두 줄 나온다. 퀸틸리아누스는 단어를 고른 다음에는 그것을 직물로 짜내어(in textu iungantur) 섬세하고 매끄러운 짜임새(textum tenue atque rasum)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했다. 여기서 '직물' 또는 '짜임새'를 뜻하는 라틴어 textus가 text, texture, textile의 기원이 되었다.  

현대 영어에서도 이런 식의 비유는 낯설지 않다. 'weave a story(이야기를 짜낸다)'라고 하고, 이야기를 재미있게 꾸민다는 뜻으로 'embroider a story(이야기를 수놓는다)'라고 하고 'thread of a story(이야기의 가닥)'라고 한다. 

또 burlesque(해학촌극)은 '하찮은 짓, 허튼소리'를 뜻하는 burra에서 왔고, 그 말은 원래 '양털 뭉치'를 뜻했다. 옛날엔 모직 천을 책상에 깔아 썼으므로 burra에서 bureau(책상, 사무소)가 나왔고, 이어서 bureaucracy(관료제)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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