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돈은 괴물이나 마찬가지이다. 적어도 어원적으로는 그렇다. 둘 다 라틴어 'monere('모네레')'에서 유래했기 때문이다. 

monere는 라틴어로 '경고하다'를 뜻했다. 지금도 premonition은 '사전 경고', 더 나아가 '불길한 예감'을 뜻한다. 고대 사람들은 무시무시한 짐승들이 곧 재앙의 전조라고 생각했다. 즉 황제가 서거하거나 전쟁에서 크게 지거나 하는 일이 있기 직전에는 켄타우로스니 그리핀이니 스핑크스니 하는 동물들이 어디에선가 갑자기 나타나 눈앞에 돌아다닌다고 믿었다. 그래서 그렇게 한 몸에 두 동물이 합쳐진 괴상한 생명체를 가리켜 '경고를 뜻하는 monstrum이라 불렀고, 이것이 오늘날 monster가 되었다. 

하지만 경고해줄 무언가가 필요한데 켄타우로스가 없다면 거위도 쓸 만하다. 오늘날에도 거위를 경비용으로 키울 정도로, 거위는 침입자를 발견하면 맹렬히 소리를 질러댈 뿐 아니라 성질도 꽤 사납다. 잘못해서 거위 성질을 건드렸다 하면 한바탕 크게 싸울 각오를 해야 한다. 로마인들은 카피톨리누스 언덕에서 거위를 경비용으로 키웠다. 그러다가 기원전 390년 갈리아인이 로마에 쳐들어왔을 때 거위 덕을 톡톡히 보았다고 한다. 탄복한 로마인들은 감사의 마음으로 신전을 지었다. 그런데 배은망덕하게 신전을 거위들에게 바칠 생각은 하지 않고 경고의 여신 Juno에게 바쳤다. 유노의 별칭은 Juno Moneta였다. 

유노 모네타 신전 바로 옆에는 로마의 화폐 주조소가 있었다. 아니면 신전의 일부 공간에서 화폐가 주조되었을 수도 있다. 확실한 건 아무도 모르고, 문헌에도 상당히 모호하게 표현되어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로마의 화폐 주조소가 신전의 이름에서 따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이름이 Moneta였는데, 오늘날 영어에서도 모음은 다 바뀌었지만 여전히 '조폐국'을 mint라고 한다. 로마의 Moneta에서 찍어낸 것은 역시 moneta였다. 그 단어는 프랑스에 건너가 t가 탈락되었고, 영어에 건너올 때는 이미 money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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