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wich

하와이에 처음 발을 디딘 유럽인은 제임스 쿡 선장이었다. 1778년에 도착해서 1779년 원주민들의 왕을 납치하려다가 실패하고 살해당했다고 한다. 쿡 선장은 tattoo와 taboo라는 단어를 영어에 처음 도입한 장본인이기도 했다. 둘 다 태평양의 섬들을 탐사하던 중 알게 된 관습이었다. 하지만 그가 도입하려던 지명 하나는 결국 사전에도 지도에도 실리지 못했다. 

유럽 탐험가들은 자기들이 발견한 땅에 이름 붙이기를 아주 좋아했다. 이미 그 땅을 먼저 발견해 그곳에서 살고있는 원주민들이 보기엔 상당히 오만불손한 버릇이었다. 쿡 선장도 하와이 원주민들이 자기들 섬을 오와이히라고 부른다는 사실을 기록까지 해놓았지만, 섬 이름을 바꾸기로 했다. 앞으로 앞길이 훤히 트이려면 잘 보여야 할 사람이 있었던 것(그런 고민을 하기보다는 왕을 납치하지 않는게 더 좋았겠지만). 그래서 항해를 후원해준 사람의 이름을 붙였는데, 그 후원자는 당시 영국의 해군 장관으로 있던 제4대 샌드위치 백작 존 몬터규 John Montagu, 4th Earl of Sandwich였다. 여기서 샌드위치는 작위의 명칭이다.

하지만 Sandwich라는 섬 이름은 오래가지 못했고, 쿡은 자기 후원자의 귀에 그 으림이 들어가기도 전에 죽었다. 샌드위치 백작은 사우스샌드위치 제도 South Sandwich Islands(남극 부근의 바위섬 몇 개로 이루어진 열도)와 몬터규섬 Montague Island(알래스카 부근의 무인도), 그리고 전 세계인이 즐기는 간식에 이름을 제공한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마지막 업적은 요리는커녕 빵칼 근처에도 가지 않고 이루어냈다. 

샌드위치 백작은 도박을 즐겼는데, 보통 즐긴 게 아니었다. 도박에 빠져서 돈을 엄청나게 쏟아붓고도 헤어나지 못했다. 얼마나 심했는지 당시 영국 기준으로도 좀 정상이 아니라고들 했다. 당시 영국인들의 도박벽은 유명했는데도 말이다. 샌드위치라는 간식 이름의 유래가 언급된 문헌은 1765년에 프랑스에서 나온 책이 유일한데, 영국 사람들의 못 말리는 도박 습관을 이야기하고 있다. 

영국인은 본래 사고가 심오하고
욕망이 격렬한 데다 좋아하는 것은
끝을 보고 마는 사람들로서, 도박에서도
과하기 짝이 없다. 부유한 귀족 몇 명이
도박으로 패가망신했다는 말이 들리고,
휴식도 건강도 아랑곳없이 온종일 도박에
몰두하는 사람이 많다. 한 국무장관은
도박 테이블에 24시간을 붙어 앉은 
채 도박에 어찌나 열중했는지 먹은 
것이라고는 구운 빵 두 쪽 사이에 고기
조각을 끼운 음식이 다였으며, 먹는
동안에도 도박은 한시도 끊지 않았다.
이 신종 음식은 내가 런던에 사는 동안
그 인기가 무척 높아졌으며, 발명한 그
장관의 이름으로 불렸다. 

그 장관의 이름은 언급되지 않았는데, 애당초 프랑스인이 프랑스어로 프랑스 독자를 대상으로 쓴 책이었으니 영어 단어의 어원을 설명할 필요까지는 없었을 것이다. 그 sandwich가 이제 프랑스에서도 모르는 사람이 없는 영어 단어가 되었다는 게 반전이라면 반전이다. 

다만 샌드위치 백작이 샌드위치를 '발명'했다는 속설은 사실이 아니다. 하인과 요리사가 만들어준 음식을 먹었을 뿐이다. 모르긴 해도 인류는 아마 농경을 시작했을 때부터 빵 두 쪽 사이에 뭔가를 끼워 먹었을 거다. 샌드위치 백작의 기여는 샌드위치를 근사한 음식으로 보이게 한 것이었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보잘것없는 간식에 귀족과 권력, 부와 여유 그리고 24시간 도박이라는 이미지를 붙여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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