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소비자들 명품 외면하자 버버리·생로랑·구찌 등 가격 내려

고가전략으로 ‘배짱영업’을 하던 해외 명품브랜드들이 판매가를 잇달아 내리고 있다. 불황으로 소비자들이 비싼 명품 브랜드를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명품업체들이 국내시장에서 가격 인하에 나선 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이다.

12일 명품업계에 따르면 영국 명품 브랜드 버버리는 국내 가격을 최근 20% 안팎으로 인하했다. 프랑스 명품업체 케링그룹에서도 줄줄이 브랜드 가격을 인하하는 추세다. 구찌는 일부 모델을 리뉴얼해 내놓으면서 값을 내렸다. 구찌 패들락 미디엄 숄더백 가격은 330만원에서 310만원으로 조정됐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명품 브랜드들의 인하가 잇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수년 간 고공행진하던 명품 값이 떨어지고 있는 데에는 최근 들어 명품 업체의 성장세가 둔화된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본격적인 ‘3고’(고금리·고환율·고유가) 여파가 소비자 지갑을 꽁꽁 얼어붙게 만든 데다 그나마 소비 수요가 엔화가 저렴한 일본 등의 여행으로 대체되는 모습이라는 분석이다.

한 명품업계 관계자는 “명품 업체들이 코로나 기간 호황기를 맞으면서 터무니없이 가격을 많이 올렸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며 “비싼 가격에 발길을 돌리는 중산층 고객들을 붙잡기 위해 특히 미들급 명품 브랜드를 중심으로 인하 바람이 불고 있다”고 말했다.

백화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3사(롯데·신세계·현대)의 명품 매출 신장률은 모두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신세계백화점의 명품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도 안 되는 0.2%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롯데·현대백화점의 경우에도 각각 5%대 오르는 데 그쳤다.

물가 상승률과 판매관리비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역성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 팬데믹에 명품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2021년 30~40%, 2022년 20%대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수요 증가세가 확 꺾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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