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 패션업계, 해외서 밸류업 돌파구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내수 부진이 2분기에도 이어지면서 국내 대형 패션·의류 기업들이 줄줄이 부진한 실적을 발표하고 있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올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7.8% 감소한 133억원, 한섬은 29.5% 줄어든 41억원에 그쳤다. 그 밖에 삼성물산 패션 부문은 매출이 5130억원, 영업이익이 52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각각 2.1%, 8.8% 감소했다. LF는 지난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이 4692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 감소하며 비교적 선방했다. 영업이익은 217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지난해 2분기 부동산 부문 자회사 코람코자산신탁 소송과 관련한 일회성 비용 증가로 영업적자를 기록한 기저효과로 해석된다.

이들 기업은 다양한 수입 패션이나 프리미엄 브랜드를 국내에 유통·판매하는 구조상 내수 경기에 대한 실적 민감도가 높은 편이다. 길어진 불황의 여파로 패션 소비가 명품 또는 중저가 제조·유통 일괄(SPA) 브랜드로 양극화되면서 이들이 유통하는 컨템퍼러리, 캐주얼, 정장 브랜드가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등 해외 비중이 큰 브랜드도 실적이 부진했다. MLB 등을 전개하는 F&F는 2분기에 매출 3915억원, 영업이익 918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 5.8% 줄었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의 2분기 매출은 3266억원으로 1% 줄었고 영업이익은 161억원으로 5.8% 감소했다.

형권훈 SK증권 연구원은 "브랜드와 패션유통은 2분기에 국내 경기 부진이 심화됨에 따라 1분기에 이어 매출액 역성장 흐름이 지속됐을 것"이라며 "하반기에는 소비 업황의 반등에 따라 회복할 여지는 있겠지만, 산업의 구조적 변화에 따른 사업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패션업계에선 내수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성장성이 높은 뷰티 브랜드를 키우거나 글로벌 신사업으로 활로를 뚫는 분위기다. 신세계인터내셔날에 따르면 코스메틱(화장품) 부문은 기존 브랜드의 판매 호조와 신규 브랜드 편입으로 전년 대비 9% 성장했다.

특히 자체 브랜드인 연작과 비디비치의 매출 성장이 두드러졌다. 최근 젊은 층에서 인기가 높은 뷰티 브랜드 '어뮤즈'를 인수하며 글로벌 시장 확장도 기대된다. 또 패션 라이선스 사업 '할리데이비슨'을 아시아 시장에 본격적으로 선보이며 젊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육성할 계획이다.

한섬도 유럽 등 글로벌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자체 패션 브랜드 '시스템'은 지난달 갤러리 라파예트 오스만 본점에 팝업 스토어를 여는 등 프랑스 3대 백화점과 추가 입점을 논의하고 있다. 시스템은 국내 토종 패션 브랜드 중 유일하게 2019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두 차례씩 12회 연속 참가 중이다.

국내에서는 키스(KITH) 등 해외 유명 브랜드를 유치해 젊은 층을 공략하고 있다. 또 화장품 자회사 한섬라이프앤 지분 100%를 확보하며 자체 브랜드 '오에라'를 중심으로 뷰티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선다.

F&F는 MLB에 이어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 브랜드의 아시아 판권을 획득해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등 아시아 주요 국가에 진출할 계획이다. LF는 지난해 국내 유통 계약을 맺은 이탈리아 브랜드 '포르테포르테' 등 신규 수입 브랜드 입점을 확대하고 신명품 브랜드 '이자벨마랑'의 국내 매장을 남녀 복합 매장으로 리뉴얼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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