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지각하는 서로 다른 눈

우리가 수행한 거의 모든 연구에서 동양인과 서양인은 사고 방식의 차이를 보였고 그 정도 또한 매우 큰 편이었다. 대부분의 경우 그들은 질적으로 아주 다른 방식의 행동 양상을 보였다. 예를 들어, 미국인들은 배경 속에서 일어난 변화를 발견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동양인들은 배경 속의 사물에서 일어난 변화를 잘 발견하지 못했다. 

나의 제자인 일본인 대학원생 다카 마스다가 미시간대학에 유학하면서 처음으로 미식축구 게임을 보러 갔을 때의 일이다. 그는 게임 자체는 매우 재미있게 보았으나, 주변 관중들의 행동에 질려버렸다(He was in fact thrilled by the game, but he was appalled by the behavior of his fellow students). 그들은 계속해서 일어선 상태로 게임을 보았고, 때문에 뒤에 있던 그의 시야를 계속 가리고 있었던 것이다(They kept standing up and blocking his view). 항상 ‘뒤를 잘 살펴라’라는 말을 들으며 자란 그였기 때문에 그는 관중석에서 잠시 일어서더라도 뒷사람을 생각해서 곧바로 다시 앉곤 했다(In Japan, he told me, everyone learns from an early age to “watch your back.” Nothing to do with paranoia–on the contrary, the point is to make sure that what you do doesn’t impinge on the pleasure or convenience of others). 그런 그에게 뒷사람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미국 관중들의 행동은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었다(The American students’ indifference to the people behind him seemed unfathomably rude to him). 

마스다는 이 경험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서양인들은 ‘tunnel vision’을 가지고 있는 반면에 ‘동양인들은 더 넓은 각도의 렌즈로 세상을 본다(즉, 뒤도 신경 쓰는 것처럼)’는 가설을 세우고 이를 검증하기 위한 실험을 실시했다. 

영화를 자세히 보면 장면과 장면 사이에 조금씩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연기자들이 서 있는 방향이나 거리도 이전 장면과 다르고, 담배가 타들어간 정도조차 달라지기도 한다. 영화를 찍다 보면 흔히 일어나는 일이지만, 보통 일반 관객들은 잘 모르고 넘어간다. 그런데 만일 동양인들이 서양인들보다 전체 맥락에 더 주의를 기울인다면 영화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변화를 더 민감하게 알아내지 않을까? 마스다와 나는 이를 실험을 통하여 검증해보기로 했다. 일본과 미국의 학생들에게 컴퓨터로 제작한 비디오 장면들을 보여주고 난 뒤 두 장면들이 서로 어떻게 다른지 보고하도록 했다. 


두 장면은 비슷해 보이지만 100% 동일한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이륙하고 있는 비행기의 경우 한 장면에서는 바퀴가 내려와 있지만 다른 장면에서는 내려와 있지 않다. 사물들 사이의 관계도 조금씩 다르다. 예를 들어 헬리콥터와 바로 앞의 비행기 사이의 거리가 두 그림에서 서로 다르다. 이 과제에서도 우리가 예상한 대로, 일본 학생들이 미국 학생들보다 ‘배경에서의 차이’와 ‘관계들에서의 차이’를 훨씬 많이 찾아냈다. 

동양인들이 전체에 더 주의를 기울인다는 사실은 앞에서 소개한 연구에 의해 어느 정도 밝혀졌다. 그렇다면 반대로, ‘전체 맥락에서 부분을 분리해내는 과제’에서는 미국인들이 동양인들보다 더 뛰어날까? 서양인들이 분석적인 방법으로 세상을 지각한다면 분명 그럴 것이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우리는 소위 ‘막대기-틀(rod-frame)’ 검사를 실시했다. 

이 검사에는 특별한 구조를 가진 장치가 사용된다. 기다란 상자의 끝에 막대기가 설치되어 있는데, 이 막대기는 상자와 따로 움직일 수 있다. 또한 상자도 따로 움직일 수 있는데, 사람이 상자에 얼굴을 집어넣고 보면 상자는 ‘틀’로서 작용하고 그 전면에서 막대기를 볼 수 있다. 실험 참가자의 과제는 막대기가 지면과 수직을 이루는지의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막대기도 움직이지만 그 상자 또한 움직이기 때문에 설사 막대기가 지면과 수직이더라도 상자와는 수직이 아닐 수 있고, 또 상자와는 수직이나 지면과는 수직이 아닐 수 있다. 따라서 참가자는 상자(틀)의 위치를 무시한 채 막대기의 수직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소위 ‘장-독립적(field-independent)’ 사고를 하는 사람은 이 과제를 잘 수행할 수 있지만 상자의 위치에 의해 판단이 좌우되는 ‘장-의존적(field-dependent)’ 사고를 하는 사람은 이 과제를 잘 하지 못한다. 실험 결과, 동양인들(주로 중국인과 한국인)이 미국인들보다 상대적으로 실수를 더 많이 범했다. 즉, 전체 환경(상자의 위치)에서 부분(막대기 위치)를 독립적으로 떼어내어 보는 것이 미국인들에 비해 익숙하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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