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미국 베팅과 한국의 고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 10일 정상회담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미·일 글로벌 파트너십의 핵심은 상호협력 및 안보조약에 따른 양국 간 국방 및 안보 협력”이라며 “미·일 동맹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보, 번영의 초석임을 확인한다”고 밝혔다. 미·일 동맹은 그동안 미국이 일본을 방어하는 일방적 관계였으나, 앞으로는 양국이 공동으로 일본·동아시아, 인도·태평양의 평화·안보에 관여하는 상호적 관계로 발전하게 됐다.

일본은 미국 주도의 새로운 글로벌 안보 시스템에서 ‘소 다자(mini-lateral) 협력체’를 통한 ‘격자형 구조’의 핵심 국가로 위상이 높아지게 됐다. 그동안 동아시아가 한·미, 미·일, 미·필리핀 등 양자 동맹을 맺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수레바퀴형 구조였다면, 이제는 미·일을 중심으로 여러 소다자 동맹 구조를 확대하는 격자형 구조의 그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전환한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11일 미국 연방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일본은 미국의 ‘지역 파트너’에서 이제 ‘글로벌 파트너’가 됐다”면서 “미국은 혼자가 아니다. 우리가 함께한다”고 약속했다. ‘지구촌 경찰’ 역할에 피로감을 느끼는 미국인들의 짐을 덜어주겠다는 기시다 총리의 말에 미국 의원들은 기립 박수로 화답했다.

일본의 글로벌 위상 강화는 미·일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데 따른 것이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전쟁 실패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국력 소모가 커지자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동맹국들에 더 많은 역할과 비용을 부담시키는 전략을 펴왔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로의 전환’(Pivot to Asia) 정책, 지난해 8월 한·미·일 정상의 캠프 데이비드 선언, 지난주 미·일 ‘글로벌 파트너’ 선언은 모두 중국 견제 전략의 일환이다.

일본은 동아시아 패권국으로 부상하는 경쟁국 중국을 견제해야 한다는 점에서 미국과 이해가 일치한다. 일본이 중국을 홀로 상대하기는 어려운 만큼 미국과 연대해 견제에 나선 것이다. 미국의 대 중국 포위망의 근간인 인도·태평양전략은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제안을 미국이 받아들인 것이다. 일본은 미국의 부담을 덜어주고, 미국의 가려운 데를 긁어주면서 국제무대 위상을 높이고 경제적 실속을 챙기고 있다.

문제는 한국이다. 미국 정·관계엔 한국이 세계 10위권 경제에 걸맞게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문이 많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거세진 상황에서 미국의 확장억제(핵우산)와 주한미군은 한국 안보의 핵심이다. 하지만 한국은 일본처럼 발 벗고 미국과 연대해 중국 견제에 나서는 데 한계가 있다. 경제 등에서 중국과의 관계도 중요하다. 그러나 미·중 사이 어정쩡한 외교는 한·미 동맹을 미·일 동맹의 하위 동맹으로 고착시키면서 중국과의 갈등만 키울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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